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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러시아 여행기 #4 - 모든 길은 연결되어있다.

by puhengchi 2021.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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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공항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이것부터 문제였다. 내가 위치한 곳은 외국으로 출국하기 위한 장소이지 러시아로 나가기 위한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티켓을 변경해준 항공사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고, 나의 사정을 들었던 그 직원은 사무실에서 나와 내가 밖으로 나갈 수 있게 공항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공항 직원은 이야기를 듣더니 난처해 하다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듣고는 문제없다고 말하며 내가 들어왔던 검색대를 통해 데려 나갔다. 평소에 한국인이라는 것에 큰 자부심이 없었는데 나라의 이미지나 이로인한 여권의 무비자적용 때문에 문제를 해결했어서 약간 자부심을 느꼈다. 이 직원을 따라가다가 한국에서 러시아 공학에 착륙했을 때 왔었던 러시아로 나가는 심사대와 연결편으로 갈리는 곳으로 도착했다. 이때가 되니 나도 몰랐던 긴장이 풀리며 숙소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시내에서 잠도 자야하거니와 입국심사대에 제출하는 서류에 해당 국가내에서 머무르는 곳의 주소를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서둘러 Airbnb를 통해서 가장 저렴한 숙소를 예약했다. 이 당시에는 숙소상태가 어떨지 몰라 일부 일정만 예약했으나 혼자 쓰기에 나쁘지않고 위치가 개인적으로 맘에 들어 여행일정 전체동안 머물렀다. 하지만 혹시 여행하시는 분이 있다면 동행자가 있을 경우 절대 비추이다.

나의 특수한 상황때문에 심사대에서도 실랑이가 있었으나 다른 공항직원과 함께 이야기 해 통과를 할 수 있었다. 이 다음에는 코로나 방역 사무소같은 것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PCR검사 결과서를 보지도 않고 내가 작성한 종이만 받더니 통과시켜주었다. 개인적으로 편했지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이 다음은 모스크바 시내로 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대개의 나라들이 그렇듯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방법은 기차, 버스, 택시가 있다. 모스크바 공항의 경우 버스는 없는 듯 했고 택시는 만국 공통으로 눈탱이를 많이 맞을 수 있기 때문에 기차를 선택했다. 아래와 같이 생긴 현대적인 형태의 Aeroexpress라는 기차였는데 express라는 단어와는 달리 60~70km정도로 매우 느렸다.

나는 서로 순/역방향 3자리씩 마주보는 그런 자리에 앉았었는데 기차가 출발하기 바로 직전에는 내 맞은편 자리와 내 옆자리 2개는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기차가 출발하기 바로 직전 5~6명의 러시아 아저씨들이 우르르 몰려와 비어있는 자리와 복도쪽에 앉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아저씨들의 용모가 굉장히 무서웠다는 것이다. 내 맞은편의 아저씨는 날렵한 효도르처럼 생겼으며 내 바로 옆자리 아저씨는 매우 독한 담배를 태우며(냄새로 보아 10미리 이상만 태우는 듯 했다.) 몸집이 매우 컸다. 나를 더 무섭게 했던것은 그 아저씨의 짐들이 캐리어가 아닌 보스턴백과 같이 손으로 들고 다니는 커다란 가방인 것 그리고 옷차림으로 보아 비니지스맨 보다는 험한 일을 하시는 분들 같았다. 추가로 나에게는 결혼을 위해 준비한 꽤 많은 돈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 아저씨들이 나를 둘러싼 상태에서 계속 나를 주목하는게 느껴졌었다. 나는 처음오는 외국에서 그 나라 말도 못하는 상태에 예정되어있지도 않은 여행이었으며 인터넷도 되지 않는 상태라 긴장한 상태였는데 이러한 상황이 되니 더욱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 가량 기차로 이동하며 아저씨들이 나에게 말을 걸었는데 실제로 이해를 못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러시아어인 "러시아말 못합니다" 라고 계속 답변했고 그 이후로는 나에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차 출발 전 들었던 최종 종착지 인듯한 역 안내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이 우수수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지만 잠은 숙소에서 자야 했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옆자리 아저씨에게 캡처한 숙소위치사진을 보여주며 이 역에서 해당 장소로 갈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 때의 경험은 정말로 신기한 것이었다. 워낙 말을 빠르게 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러시아 단어는 "다"(응, 네) 뿐이었지만 아저씨의 제스쳐가 때문이었는지 말하고자 하는 것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이해한 아저씨의 답변은 "응 갈수있지 모든 역은 연결되어있으니까"였다. 이 말이 알수 없는 힘을 나에게 주었다.

사람들을 따라 내딛은 첫 여름 밤 러시아 땅에 대한 느낌은 "쌀쌀함" 그리고 "아름다움"이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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