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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러시아 여행기 #2 - 익숙한 떨림

by puhengchi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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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금) - 잠들 기 전

 

나에게는 러시아 친구 2명이 있다. 40대 중후반이기 때문에 한국인이었다면 친구가 될 수 없었겠으나 외국에서는 이정도 나이차이는 우리나라 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 말로 당신(브)이 아닌 너(뜨)라고 부르라고 하였으니 친구라고 불러도 무방 할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 중년 아저씨다

전화를 한 것은 두 명 중에서 더 활달한 러시아인 친구 A가 전화를 한 것이었다. 친구사이니 전화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관계로 친해졌던 관계였던데다가 1년여 전 즈음에 한국의 다른 도시로 러시아 친구들이 떠나버려서 그 동안 연락이 한동안 없었기에 이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전화를 받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먼저 이야기 주제를 꺼낸것은 A였다. A의 회사는 1년에 몇 주씩 휴가를 주는데 작년에 휴가를 가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기간까지 함께 사용하여 모스크바의 자택에 머물렀다가 나머지 휴가일수를 계산하여 2주 격리를 시작했다고 했다. 평상시에도 대화를 즐기는 타입의 A이기 때문에 2주간의 격리 시작일부터 좀이 쑤셔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고 그게 나에게 까지 온 듯 싶었다.

 

인의 이야기를 끝낸 A가 나에게 안부를 물었다. 나는 결혼하기 위해 러시아를 경유해 어느 나라로 내일 출국한다고 하였다. 내가 평상시에 농담을 많이 했기에 A는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하긴 반대로 생각해봐도 믿기 어렵긴 할 듯 하다. A는 축하한다는 말은 하였지만 가슴깊히 믿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나는 결혼식 사진을 보내주겠노라 하고 통화를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들었다.

 

중요한 일정이 있을때 설정 해 놓은 시간보다 약간 더 빠르게 잠에서 깬 적이 있으신가? 나는 자주 그런일을 겪는데 이날도 그랬다. 이런 날은 일어나자 마자 금방 정신이 돌아오고 몸도 바로 움직일 수가 있다. 몸을 씻고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니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우산을 따로 챙기지는 않았으나 서울역 버스정류장까지 5분정도면 걸어갈 수 있어 모자를 쓰고 걸었다.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은 2시 50분이었다. 그런데 느낌이 쌔했다. 왜냐하면 내가 원래 목표로 한 버스는 3:20 출발이지만 3:00 출발하는 버스도 있으므로 이미 버스 한대가 도착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3시가 지나도 버스가 오지 않자 나는 정류장 가림막에 붙어있는 버스 정보에서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첫번째 번호는 아예 상대방 전화가 꺼져있는 듯이 통화가 툭 끊겼다. 나는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두번째 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인천공항으로 연결이 되었다. 다행이 안내원분이 전화를 받으셨고 몇 마디 대화를 한 결과 코로나로 인해 해외 출국자가 줄어들어 야간 리무진 운행이 전면 취소된 것을 알게되었다. 이때 서울역에서 기다렸다가 공항철도를 이용할 지 택시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지 고민을 하다가 검암역까지 택시를 타고가서 서울역보다 일찍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통해 인천공항에 6시 이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혹시나 나와 유사한 비행일정으로 출국하시는 분이 있으면 전날 검암역 근처에서 머무르길 추천하는 바이다.

여로모로 고맙다 코로나야

2년여 만에 방문한 공항은 생각보다는 한산한 생각보다는 북적이는 분위기였다. 나는 지체없이 탑승수속을 받기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 대기열에는 한국사람보다 러시아인이 더 많아서 조금 놀랐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끝나고 여권, 코로나 음성 확인 진단서, 비자를 제출하니 문제없이 티켓을 수령할 수 있었다.

경유지 모스크바 행 항공티켓

 

워낙 마음이 급하기도 했거니와 소비를 즐기는 성향이 아니기 때문에 면세점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게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게이트 옆 창가에서 내가 탑승 할 비행기가 보였는데 사실 이 때는 원래의 목적인 아내와의 결혼으로 인한 설렘보다는 순수히 비행기를 탄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설래었다.

 

이후 탑승부터 이륙 비행 착륙의 과정은 10시간 가량 소모되었고 마침내 나는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이에 대한 과정은 적을만한 내용이 없어 아래 사진들로 이번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정말로 셀카를 좋아하지 않는다.
높은 고도에서 마시면 더 취하는 느낌이다
설렘으로 인해서인지 기내식 치고는 맛있었던 식사

- 다음 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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