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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러시아 여행기 #3 - 빌어먹을 코로나

by puhengchi 2021.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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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은 10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착륙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 두 가지는 조정사의 착륙실력이 굉장히 수준급이라는 것과,

어느 글에서 보았던 러시아 항공사는 착륙할 때 승무원들이 박수를 친다는 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이

처음 비행기를 타는 사람에게 비행기에 탑승할 때 신발을 벗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착륙 한 후에는 연결편 비행기 탑승을 위해 18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래서 공항안에서 충전하기 수월 한장소에 자리를 잡고 약혼녀와 부모님과 통화를 했다. 그렇게 해도 1~2시간 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마침 현지시간으로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터넷 검색 후 러시아의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 음식점이라고 하는 크로시카 카르또쉬카에서 먹었다. 크로시카 카르토쉬카는 러시아어로

작은 감자라는 뜻인데, 구운 감자에 버터나 마요네즈를 바르고 위에 스쿱으로 뜬 토핑을 얹어 먹는 음식이다. 

맛은 말 그대로 감자에 마요네즈 베이스의 샐러드를 얹어먹는 맛인데, 먹자마자 김치가 생각날 정도로 느끼한 고열량의 음식이다. 그래서

내 앞에서 주문한 러시아인 중 일부도 아예 샐러드 없이 감자에 음료만 먹기도 했다.

헌데 국제공항내의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점원이 영어를 거의 못했다. 내 버킷 리스트중 하나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로 여행하는 것인데, 여행기를 보면 블라디보스톡이나 기차안 사람들 대부분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말이 아예 거짓은 아닌듯 하다. 

 

배를 채우고 앉아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약혼녀에서 영상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얼굴을 보는데 약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임을

눈치 챌 수 있어 무슨일이냐고 물어봤고, 그녀의 대답은 나 또한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만들었다.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왔어"

 

이 말을 하고나서 약혼녀는 눈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는 나에게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반문하였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결혼식을 진행하면 선의로 참석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취소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아마 이건 약혼녀가 원한 답이 아니었나보다. 감정이 너무나 우선시 되어서 이대로 결혼식을 진행하자고 말하길래 약간 화를 내었다. 통화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어 

일단은 생각을 더 해보자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약 30초 정도는 정말 아무런 사고가 불가능 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약혼녀가 농담을 한 것인가 였다. 아마 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두뇌의 반응이었으리라. 생각을 계속해 나가 최종적으로 정리한 생각은 결혼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약혼녀에게 전화를 걸어 나의 의견을 말하니, 이제는 약혼녀도 체념 한 듯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본인 때문에 결혼식이 취소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하였다. 이전 통화에서 결혼식을 계속하자는 이유 중 결혼식이 취소되면 본인의 책임이 확정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어그러한 반응을 했던것이다. 나는 약혼녀를 다독이고 부모님께도 상황을 설명드렸다.

 

두 번째 통화가 끝나고 나서도 멍한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항공편을 바꾸기 위해 항공사 사무실로 향해 가장 빠른 한국행 항공권으로 변경을 요청했다. 처음에는 티켓 변경이 어려웠던지 왜 바꾸냐고 반문을 하였지만 이내 사연을 듣고 항공권을 검색해주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일정의 한국행 비행기는 8/5 되어서나 예정되어있었다. 복귀 일정이 확정되고 나니 공항에서 5일 가량을 보낼 수는 없었다. 

 

이로써 나의 러시아, 모스크바 여행이 시작되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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