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근무시간중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아야 할 일이 있었다.
아주 중요한 이유로 건강검진을 받았기에 최대한 빨리 결과를 받고싶은 마음에 평소와는 달리 회사에 차를 가지고 갔다. 오후 반차를 써 회사에서 나오자 마자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였다.
오후 반차를 하루전날 상사에게 보고를 드렸었기에 아침 조회시간에 팀원분들에게 나의 오후 반차가 공지되었는데, 이것을 들으신 동료직원분께서 본인도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었기에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셨다. 과거 그분의 차를 얻어탄 일이 왕왕 있었던 지라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겠다고 하고 점심시간이 되기를 학수고대했다.
이내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일행과 주차장에 도착하였는데 우리는 맞이하는 장면은 아래 사진과 같았다.
주차장이 좁은탓에 가로주차를 하는경우가 많기는 했지만 주차위치가 입구쪽이었기 떄문에 여기까지 가로 주차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설사가상 사이드 브레이크까지 해놓은 상태여서 내 손으로는 어찌할 수도 없었다. 일행이 있었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5~6번을 전화해도 밥을 먹고 있는지 도통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서의 다른분도 반차를 쓰시고 집으로 가시는 길에 우리를 발견하고 내 일행분은 먼저 목적지를 향할 수 있었다. 일행분을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함이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가로주차 차주에 대한 분노가 채우게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전화를 해댔고 10번쯤 전화를 걸었을 때 겨우겨우 통화가 되었고 차를 뺴주겠다고 하였다.
사무실에서 보통 보폭으로 걸어와도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0분가량 지나서 도착한 점과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은 그의 표정을 보았을 때 아마 식사를 느긋하게 마무리 하고 나온듯 했다.
그를 기다리면서 나는 내 안의 분노를 점점 키우고 있었는데 그가 도착하기 직전 어떠한 깨달음이 내 안에 떠올랐다. 하지만 곧장 차주가 도착하고 그의 미안함이 전혀 없는 얼굴을 보자 분노가 다시 차올랐고 그를 째려보다가 내 차를 끌고 목적지고 향했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나는 방금 떠올랐던 깨달음을 다시 곱씹어 보았는데, 그것은 바로 내 안의 분노라는 감정을 만든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가로주차 차주가 이것을 촉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분노를 점화하는 스파크라고 했을 때, 내 안에 분노의 불길로 번지게 할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가스가 없다면 그것은 단지 일순간 반짝이고 사라졌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떠한 일이라도 마주할 수 있다. 그러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언제나 그러하듯 내가 온전히 바꿀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내 차안에 있었던 책을 읽었더라면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덧없이 흘러갈 수 있었던 무의미한 시간을 나의 발전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병원에 도착하니 병원 점심시간이 12시부터 1시반까지 인 것을 알게되었고 내가 도착한 시간은 1시였다. 때마침 점심식사를 마치고 가장 먼저 돌아오신 직원분의 도움으로 서류를 받을 수 있었는데, 가로주차를 한 차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같은 시간을 병원에서 기다렸어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을 직접 맞닥들이게 되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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