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를 정의할 수 있는 단어중의 하나가 바로 ‘탈세계화’일 것이다. 탈세계화란 말 그대로 지구상의 국가들이 하나의 시스템에 통합되어 마치 하나의 국가와 같이 사람, 물질, 사상등을 교류하는 것에서 벗어나 크게는 우방국가끼리의 단위 체계로 분리되거나 작게는 각각의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무역장벽이나 사람, 사상의 교류에 장벽을 세우는 변화를 뜻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러한 탈세계화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미국의 견제가 주된 원인이라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미국은 언제나 2위 국가가 어느 특정 수준이상이 되면 다시는 미국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흠씬 두들겨 패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과거의 소련과 일본이 그러하다.
하지만 나는 더욱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후 1차대전)으로 돌아가보자. 너무나 당연하게도 모든 대립, 갈등, 전쟁은 지구상의 자원이 한정된 관계로, 이 한정된 자원을 각각의 인간, 사회, 국가들이 상대보다 더욱 많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발생한다. 1차대전도 마찬가지다. 사라예보의 총성은 단지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음일 뿐이며 결국은 경제가 전쟁의 요인이다. 1차대전 당시를 떠올려보라. 당대의 최강대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영국이다. 그 다음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본 포스팅에서는 프랑스라고 하겠다. 이 두 국가의 경제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근본적인 이유부터 따지면 흑사병, 몽골의 침략부터 다루어야 하기에 넘어가고 1차대전 직전을 바라보면 압도적인 산업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한 식민지 자원의 수탈로 이루어졌다. 이 두 국가는 세계의 국가들을 맛있게 구워진 미디움웰던 안심스테이크마냥 이리저리 썰어가며 서로서로 나누어 먹었다. 스테이크가 줄어들 무렵에는 서로 스테이크를 뺏기도, 교환하기도 하면서 아주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이렇게 찟어발겨진 국가들을 얼기설기 엮어 대영제국이라는 초 거대 국가와 프랑스(제국?)이 만들어 졌고 각각의 제국들은 자신의 영향력하에 있는 영토내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바탕으로 배타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해 나갔다.

하지만 앞서 말한 구조적인 문제, 즉 지구상의 자원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먼저 영국과 프랑스 간의 문제가 있다. 각각의 제국은 필요한 대부분의 자원을 식민지에서 수탈할 수 있었으나 몇가지의 물품은 다른 제국에서만 생산될 수 있어 취득이 불가능 하였다. 그 다음은 다른 열강들의 불만이다. 당시 유럽의 또다른 강대국은 러시아와 독일인데, 러시아의 경우 모피를 쫓아 동쪽으로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여 더 이상 마찰없이 추가 자원을 획득할 수 없는 상태였고 독일의 경우 산업혁명을 통한 막대한 공업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외부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식민지 개척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유는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알짜배기 땅들을 차지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들이 응축되고 압력을 받다가 터져버린 것이 바로 1차대전인 것이다.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내가 생각했을 때 세계화의 문제점은 각 국가의 계층화이다. 세계화의 시작에는 미국과 소련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평등한 상태였다. 사실 소련도 미국의 막대한 원조로 2차대전의 승전국이 되었던 것이기에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당시 ‘국가’라고 불릴만한 상태로써 존재한 것은 사실이기에 그냥 넘어가겠다. 나머지 국가들은 그 동안의 식민지 수탈로 피폐해 졌거나, 원래부터 가난했거나, 전쟁으로 인해 모든 시설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만이 유일한 국가였다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었겠으나 소련의 존재가 세계화를 만들어 내었다. 미국을 마치 섬처럼 홀로 떨어져 있는데 소련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있기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는(특히 유럽에서) 미국 자신이 만들 시스템은 동맹국간에 갈등을 최소화 해야 했다. 미국은 이전의 세계대전들은 앞서 언급한 자원 접근의 제한성 때문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자국통화인 달러의 지위만 인정해 준다면 미국의 해군력으로 해상무역의 안보를 제공하며 각 국가가 필요한 자원에 상시 접근 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브렌튼 우드 체제를 만들었다.

이러한 브렌튼 우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에 달러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마셜플랜, 일본 복구 지원이 시행 되었으며 이들은 다른 ‘거지’국가들보다 먼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영국, 프랑스, 독일 및 일본이 소위 2진에 포진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 미국-소련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경제 발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한국, 대만과 앞서 언급한 1진, 2진국가들과 인접하고 많은 교역이 발생한 캐나다, 이탈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호주와 같은 국가들이 3진을 차지하게된다.
이쯤되면 이해했겠지만 브렌튼 우즈 체제하에서는 미국이 은혜를 배푼 순서대로 각국가의 등급이 결정되며 미국은 이러한 등급의 변화를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위시로 한 나머지 국가들이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 국가들의 잘못이라고는 번호표를 늦게 뽑아 든 것뿐이다. 즉 체제의 구조자체가 뒤늦게 합류한 국가들이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이러한 탈세계화는 자국의 실제 국력에 대비하여 낮은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국가들이 자신들만의 체계를 형성하여 그곳에서는 1진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다.
탈세계화의 조류속에서 미국은 양가감정을 가질 것이다. 세계가 둘로 찢어져버리면 자신의 영향력의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세계화를 막으려는 생각이 있을것이며, 이와 동시에 어차피 둘로 세계가 찢어져 버리더라도 자신의 체계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국가들이 더욱 많을뿐더러 어찌되었든 미국이 관리하는 권역에서는 1진의 자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탈세계화가 되더라도 상관없다는 두가지의 감정말이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내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원 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어떻게 되더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당장 2진, 3진 국가들은 탈세계화가 되면 세계화된 사회보다 얻을 장점이 적어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이 관리하는 권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에서 사용하고 남는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서로 투쟁할 수 밖에 없는 1차대전 때와 같은 상태가 될 것이다.
어떻게 세상이 변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떠한 형태로든 변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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