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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달러(Semiconductor dollar) 체제가 온다

by puhengchi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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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당시에는 그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다가 완전해 지고 난 후에야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다.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3년도에는 페트로달러라는 용어가 상식처럼 여겨질 정도로 명확하지만 키신저가 사우디왕가와 담판을 벌인 그 당시에는 이러한 변화를 알아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동일하게 미국은 지금 페트로(원유)에 기반한 달러체제에서 벗어나 세미컨덕터(반도체)에 기반한 달러체제로 변경하려고 하고 있으나 이를 이해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떠한 명제 혹은 주제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 문장을 이루는 단어들의 진짜 의미를 파악하거나 정의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미달러라는 용어를 분해해보면 세미컨덕터(이하 반도체)와 달러로 구성되어있으므로 각 단어의 본질을 정의 해 보자.

 

달러는 미국이라는 정치체제하에서 사용되는 통화 혹은 돈이다. 여기서 미국이라는 정치체제는 넘어가고 돈이라는 단어에 집중해보자. 돈이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돈을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익숙한 것일 뿐 그 본질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리라. 돈에 대한 많은 정의를 간단하게 축약하자면 돈이란 1. 특정한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수단 2. 물건을 교환할 수 있는 매개체 3. 부를 물리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세 가지 정의가 서로 물리고 물리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결국 돈의 가치란 것은 어떠한 물건을 교환할 수 있기에 물건의 가치를 평가 할 수도 있고 이를 기반으로 부의 축적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반도체인데, 이것에 대한 공학적인 설명까지 덧붙이자면 너무 글이 늘어질 것이기에 간단히 정의하고 넘어가자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연산을 위한 물건정도만 하고 넘어가겠다. 반도체의 작동원리나 개념에 대해 이해하고 싶으신 분들은 Youtube 채널 중 ‘Lesics 한국어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정의를 내렸으니 본 포스팅의 주제로 넘어오겠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페트로달러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세미달러체제로 넘어가려고하는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미국의 정책은 모두 중국으로 시작해서 중국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미달러체제로의 변화 또한 중국을 겨냥한 정책이며 이것을 이해하면 미국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너무나도 명백하게도 서유럽국가들이 세계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었던 것은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한 증기기관의 발명 및 이로 인해 야기된 기계의 발달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그러하듯 인구 수 자체로는 유럽의 국가들은 아시아의 인구를 초월한 적이 없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했던 산업혁명 이전에는 유럽국가들은 세계패권을 잡을 수 없었으나, 기계화 문명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명실공히 서구세력이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산업화란 외부에 축적된 에너지원의 조달과 기계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세계대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과 같은 제국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2차세계대전 후 미국은 2번의 참혹한 세계대전의 원인을 자유롭지 못한 자원의 접근성이라고 판단, 당시 유일한 해양세력이었던 미국이 세계의 바다를 지킴으로써 해상무역의 수호자가 됨과 동시에 이로 인한 보호비의 명목으로써 금을 기반으로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하는 브렌트우즈 체제(1943)를 구축하게 된다. 이러한 브렌트우즈 체제하에서는 세계질서에 편입된다는, 정확히 말하면 미국주도의 세계질서에 순응하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함과 동시에 타국의 기술 또한 습득하여 산업혁명을 진행할 수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금을 기반으로 한 브렌트우즈 체제는 전후 잘 작동하였으나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으로 인한 미국의 과도한 통화팽창으로 인해 35$당 금 1온스를 교환해준다는 것에 유럽 각국 특히 프랑스와 스위스가 의심을 품기 시작함으로써 미국은 금과의 고리를 끊고 미국과 타국 통화에 대한 환율만 남기게 된 닉슨쇼크(1971)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미국의 외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항공모함을 끌고 페르시아만으로 가 당시 사우디국왕과의 담판을 통해 사우디원유는 무조건 미국달러로만 거래한다는 페트로달러체제(1974)를 구축했다는 것이 유튜브나 인터넷상의 많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설이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맞는 말인데 닉슨쇼크가 발생한 1971년도에 아주 잠깐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 사실이나 얼마 안가 다시 세계무역의 기축통화로써 작동했으며 미국이 사우디와 사우디원유 거래를 미국달러로만 한다는 체제를 구축한 것은 미국달러의 신뢰 회복이 목적이 아니라 1973년 발생한 중동전쟁(4차 중동전쟁, 욤키푸르 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편에 서면서 이란을 제외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수출 금수조치를 내리게되었고 석유값이 전저점 기준 4배가량 상승하는 석유파동이 발생하여 이것이 미국 내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미국이 이스라엘편을 들기는 하나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지켜준다는 약속을 한 것이 소위 페트로달러의 원인이라고하겠다.

 

당시의 세계는 산업화의 세계였기 때문에 원유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며 미국달러의 신뢰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원유가 바탕에 있어 미국달러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력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달러가 신뢰가 있으며 그렇기에 사우디가 미국달러로만 사우디 원유를 거래하는 협정을 맺었다는 것이 타당한 설명이라하겠다. 즉 뉴스에서 떠들어대는 페트로위안같은 것은 단지 대중의 무지함 혹은 공포심을 자극한 용어일 뿐이라 하겠다.

 

 

어찌되었든 미국이 해상무역의 안전을 담보하는 대신 보호비 명목으로 미국달러가 세계의 제 1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 브렌트우즈체제는 존속하였고, 이러한 흐름속에서 소련을 견재하기위한 목적으로 미국이 중국을 WTO에 가입시킴으로써 중국 또한 지구상의 모든 자원 및 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져 산업화를 이루게 되었다.

 

원래 미국은 2등국가가 어느 정도 성장하게되면 그 격차를 벌리기 위해 모종의 사건을 일으켜 해당국가의 국력을 훼손해왔다. 중국을 미국의 세계질서에 편입시키고 유럽국가들을 NATO에 가입시켜 소련을 고립시킨 것이 그러했고, 임의로 환율을 조작하여 일본, 독일과 같은 산업국들의 성성장을 저해시킨 것이 그러했다. 하지만 2001 911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중동테러단체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됨으로써 미국은 자국의 칼 끝을 중국이 아닌 중동국가로 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중국은 국력을 성장시킬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번외이지만 테러단체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라덴은 사우디사람이었으나 정작 미국의 칼끝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향했다.) 이성을 잃고 중동국가에서 힘을 소진하던 미국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게되었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중국의 힘을 뺄 시간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아마도 오바마정부 때부터 일 것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국은 중국을 세계질서의 하위계층 즉 저가품만 생산하는 국가로써, 산업 저개발 국가로써 유지시켰어야 하나 이미 그 때는 지나버렸기에 되 돌릴수가 없다. 따라서 현재 미국이 취하는 조치들은 중국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늦추는 것이고 이것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앞서 정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반도체는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이다. 유럽 서구세력들이 기계 산업혁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외부에 축적된 에너지원으로 기계를 가동하여 생산력을 향상시켰던 것처럼, 이 다음은 반도체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디지털기계를 가동함으로써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마치 석탄시대의 주역이었던 유럽국가들이 석유시대의 주역이 된 미국을 역전할 수 없었던 것처럼 미국은 중국 내에서는 품질이 낮은 반도체만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디지털 산업혁명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다. 또한 혹여라도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에서 달러의 의존성을 줄이려 한다고 하더라도 고성능의 반도체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게 됨으로써 달러패권 유지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된다.

 

이러한 세미달러 체제에서는 미국이 세계의 모든 바다를 지킬 필요도 없고, 사실 현재 미국의 국력으로는 모든 바다를 지킬 수도 없기 때문에 그 범위를 극동아시아와 유럽쪽으로 한정 짓게 되므로 중동지역에서의 에너지원을 보호할 수 없게 되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책으로써 미국이 에너지 수출국이 된었다던지(2016), 전기차를 위시로 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라던지(2020년 기준 에너지원을 제외한 화학제품으로써의 원유 소요량은 30%미만), 자국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한국이나 대만에 강요한다던지, 쿼드체제를 구축하여 중국을 압박함과 동시에 한국, 일본, 대만과 같은 우방국의 무역로를 보호하는데 외국으로부터 도움을 얻는다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즉 미국이 중동(정확히는 사우디왕가)의 안보를 지킨다는 것은 이미 깨어져버린 약속이며, 중국과 미국의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러한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발을 뺄 수 없다. 대신 미국 또한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마냥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기에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안전한 상태가 될 것이며, 아마도 한국 또한 현재 일본이나 일부 서유럽의 국가들이 플라자 협정을 통해 얻었던 무제한 달러 스왑 권리를 획득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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